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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千字文)

천자문千字文 - (084) 세숙공신稅熟貢新 권상출척勸賞黜陟

▶ 훈음訓音

稅 세금 세 / 熟 익을 숙 / 貢 바칠 공 / 新 새 신
勸 권할 권 / 賞 상줄 상 / 黜 내칠 출 / 陟 오를 척


▶ 풀이

익은 곡식(熟)으로 부세하며(稅) 새것(新)을 종묘에 올리고(貢)
상(賞)을 권하고(勸) 내치거나(黜) 올린다(陟).


▶ 자원字源

稅 : 벼 화禾, 바꿀 태兌가 결합했다.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을 수확물과 교환한다는 데서 '세금'을 뜻한다.
熟 : 누구 숙孰(사당에서 제사 지내는 모습), 불 화火가 결합했다. 제사를 지낼 때 익힌 제물을 바친다는 데서 ‘익다’를 뜻한다.
貢 : 장인 공工(벼슬아치 또는 관리), 조개 패貝가 결합했다. 제후가 천자에게 바치는 재물이라는 데서 ‘바치다’, ‘공물’ 등을 뜻한다.
新 : 설 립立, 나무 목木, 도끼 근斤이 결합했다.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새로운 물건을 만든다는 데서 '새'를 뜻한다.
勸 : 황새 관雚(기품 → 권위 있는 사람), 힘 력力(노력)이 결합했다. 권위를 가진 사람이 노력하여 남을 설득한다는 데서 ‘권하다’를 뜻한다.
賞 : 오히려 상尙(지붕 위로 무언가가 퍼져나가는 모습), 조개 패貝가 결합했다. 재물을 선한 자들에게 널리 베푸는 것이 상이라는 데서 '상'을 뜻한다.
黜 : 검을 흑黑, 날 출出이 결합했다. 오염된 것을 내보낸다는 데서 '내치다'를 뜻한다.
陟 : 언덕 부阝, 걸음 보步가 결합했다. 언덕을 걷는다는 데서 '오르다'를 뜻한다.


▶ 참고參考

유가는 벌罰보다 상賞에 중점을 두는 반면 법가는 상보다 벌에 중점을 둔다. 따라서 위 구절은 비록 출척黜陟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상을 더 강조한다는 데서 유가적이다. 그 중에서도 성선설의 입장에 서있는 맹자, 주자에 가깝다.

성선설은 논리적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건전한 사회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하여 사람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그런데 주자학의 나라였던 조선은 사법기관이 대단히 발달해 있었다. 형조, 사헌부, 의금부, 장례원, 한성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의 삼법사三法司는 형조, 사헌부, 한성부 또는 사헌부, 장례원, 한성부를 일컫는다. 여기서 법사法司는 사법기관을 의미한다. 이에 더하여 삼사(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의 공통 업무는 언론(간쟁)과 사법(탄핵)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덕치, 민주와 같은 것들은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의 자유도를 높이는 이념이다. 따라서 악한 자가 선한 자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려면 역설적이게도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자를 엄히 다스려야 한다. 덕치와 법치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이념은 통치자의 지배논리일 뿐이다. 이념에 함몰된 사람이 단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