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음訓音
樂 노래 악, 즐길 락 / 殊 다를 수 / 貴 귀할 귀 / 賤 천할 천
禮 예도 례 / 別 나눌 별 / 尊 높을 존 / 卑 낮을 비
▶ 풀이
음악(樂)은 귀함(貴)과 천함(賤)이 다르고(殊)
례도(禮)는 높음(尊)과 낮음(卑)이 구별된다(別).
▶ 자원字源
樂 : 나무 목木(악기 몸통), 실 사絲(악기 현), 흰 백白(줄을 튕길 때 사용하는 술대)이 결합했다. 거문고와 같은 현악기를 나타낸 데서 '노래'(악)를 뜻한다. 음악을 들으면 즐겁다는 데서 ‘즐겁다’(락)라는 뜻이 파생됐다.
殊 : 살바른뼈 알歹, 붉을 주朱(속이 붉은 나무)가 결합했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을 나타낸 데서 ‘거의 죽다’를 뜻한다. 이후 ‘다르다’, '유달리', '특히' 등의 뜻으로 파생됐다.
貴 : 조개 패貝, 삼태기 궤𠀐(궤→귀)가 결합했다. 재물을 담아둔다는 데서 '귀하다'를 뜻한다.
賤 : 조개 패貝, 나머지 잔戔(적다)이 결합했다. 가난하다는 데서 ‘천하다’를 뜻한다.
禮 : 풍년 풍豊(그릇 위에 제사 음식을 가득 담은 모양)과 보일 시示가 결합했다. 제사를 풍성하게 차려 놓고 례를 다하였다는 데서 '례도'를 뜻한다.
別 : 헤어질 령另(뼈와 살을 발라내다), 칼 도刀가 결합했다. 뼈와 살을 분리했다는 데서 '나누다'를 뜻한다.
尊 : 우두머리 추酋(묵은 술), 마디 촌寸이 결합했다. 양손에 술병을 공손히 받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데서 ‘높다’를 뜻한다.
卑 : 또 우又, 밭 전田(부채)이 결합했다. 시종이 큰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데서 ‘낮다’를 뜻한다.
▶ 참고參考
악수귀천례별존귀樂殊貴賤禮別尊卑는 자칫 신분제를 공고화하는 구절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어디에나 귀천과 존비는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게 된다.
일례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힘이 적게 드는 직업일수록 귀한 것이고, 힘이 많이 드는 직업일수록 천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다면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기 힘들다.
례도의 높고 낮음은 자신의 형편에 맞게 정성을 들이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아래의 시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높은 례도를 행할 수가 있음을 알려준다. 례도에서 격식은 중요하지만 결국 정성을 보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만술아비의 축문> - 박목월
아배요 아배요
내 눈이 티눈인 걸
아배도 알지러요.
등잔불도 없는 제삿상에
축문祝文이 당한기요.
눌러 눌러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가이소
윤사월 보리고개
아배도 알지러요.
간고등어 한손이믄
아배 소원 풀어 드리련만
지승길 배고플라요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묵고 가이소.
여보게 만술아비
니 정성이 엄첩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
망령亡靈도 감응感應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에
니 정성 느껴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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