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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千字文)

천자문千字文 - (046) 교우투분交友投分 절마잠규切磨箴規

▶ 훈음訓音

交 사귈 교 / 友 벗 우 / 投 던질 투 / 分 나눌 분
切 끊을 절 / 磨 갈 마 / 箴 경계 잠 / 規 법 규


▶ 풀이

벗(友)을 사귀어(交) 정분(分)을 의탁하며(投),
자르고(切) 갈듯이(磨) 경계하고(箴) 바로잡는다(規).


▶ 자원字源

交 :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을 나타냈다. '교차하다', '사귀다'를 뜻한다.
友 : 또 우又가 나열된 글자이다. 친한 벗과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데서 '벗'을 뜻한다.
投 : 손 수手, 몽둥이 수殳가 결합했다. 손으로 던진다는 데서 '던지다'를 뜻한다.
分 : 여덟 팔八(사물이 반으로 갈린 모습), 칼 도刀가 결합했다. 물건을 반으로 나누었다는 데서 '나누다'를 뜻한다.
切 : 일곱 칠七(긴 막대기를 칼로 내리친 모습→자르다), 칼 도刀가 결합했다. 七이 '일곱'으로 가차되고 여기에 刀를 더하여 '끊다'를 뜻하는 글자가 됐다.
磨 : 돌 석石, 삼 마麻(삼을 그늘에 말리는 모습)가 결합했다. 돌로 삼을 문지른다는 데서 '갈다'를 뜻한다.
箴 : 대 죽竹(대바늘), 다 함咸(봉하다)이 결합했다. 곡식 자루를 대바늘로 봉하며 경계한다는 데서 '경계'를 뜻한다.
規 : 지아비 부夫, 볼 견見이 결합했다. 어른의 안목이라는 데서 '법'을 뜻한다.


▶ 참고參考

우리는 생활 속에서 공동체가 분열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한다. 보통 분열은 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앞에서는 조롱하고, 뒤에서는 모함을 하기도 한다.

장자는 망忘의 개념을 제시한다. 관계를 맺더라도 그 관계 속에서 생기는 것들을 모두 잊으라(忘)는 것이다. 장자는 인연이라는 명목으로 개개인이 타인에 구속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손님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장자가 말하는 화도化道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래 만나 사람끼리 생판 남처럼 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화도는 공동체의 분열을 막기 위한 일종의 지향점일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우투분절마잠규交友投分切磨箴規 구절을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타인을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우를 유지하기 위한 사려 깊은 비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와 서로 일깨워주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자신을 단속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의 성찰일 수도 있고, 친구의 지적일 수도 있다. 교분이 두터울수록 오히려 손님의 지적처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