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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千字文)

천자문千字文 - (047) 인자은측仁慈隱惻 조차불리造次弗離

▶ 훈음訓音

仁 어질 인 / 慈 사랑 자 / 隱 숨을 은 / 惻 슬퍼할 측
造 지을 조 / 次 버금 차 / 弗 아닐 불 / 離 떠날 리


▶ 풀이

인자함(仁慈)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隱惻)을
잠깐 동안(造次)이라도 떠나서는(離) 안 된다(弗).


▶ 자원字源

仁 : 사람 인亻, 두 이二가 결합했다. 본래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낸다는 뜻이었다. 이후 인간의 근본적인 마음가짐을 대표하는 글자가 됐다. 보통 '어질다'라고 하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면 '감수성 있는 사랑'이라는 뜻에 가깝다.
慈 : 무성할 자玆(실타래가 드리워진 모습), 마음 심心이 결합했다. 무성한 마음이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랑이라는 데서 '사랑'을 뜻한다.
隱 : 언덕 부阝, 급할 급㥯(急의 속자, 조급하다)이 결합했다. 급히 산 속으로 숨었다는 데서 '숨다'를 뜻한다.
惻 : 마음 심忄, 법칙 칙則(칼로 솥에 문자를 새겨 넣는다, 칙→측)이 결합했다. 마음에 새겨넣는다는 데서 '슬퍼하다'를 뜻한다.
造 : 쉬엄쉬엄갈 착辶, 고할 고告가 결합했다. 나아가 아뢰다는 것은 사실을 지어내는 것이라는 데서 '짓다'를 뜻한다.
次 : 두 이二(두 번째), 하품 흠欠이 결합했다. 피곤하여 다음으로 미룬다는 데서 '버금'을 뜻한다.
弗 : 여기 저기 비뚤어 바르지 않다는 데서 '아니다'를 뜻한다.
離 : 떠날 리离(짐승 발자국에 덫을 놓다→흩어지다), 새 추隹가 결합했다. 덫으로 잡으려던 새를 놓쳤다는 데서 '떠나다'를 뜻한다.


▶ 참고내용

맹자는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네 가지 단서를 사단四端으로 표현했다. 인仁의 단서인 측은지심惻隱之心, 의義의 단서인 수오지심羞惡之心, 례禮의 단서인 사양지심辭讓之心, 지智의 단서인 시비지심是非之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에서 측인지심은 달리 표현하면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맹자는 모든 정책에 불인인지심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인자은측조차불리仁慈隱惻造次弗離는 수오지심, 불인인지심과 마찬가지로 왕도王道를 위해 위정자들이 가져야 할 가치관이다. 왕도와 대치되는 개념으로 패도覇道가 있다. 왕도란 덕德으로 정치를 하는 것이고, 패도란 힘으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왕도에서의 대전제는 명분정치이다. 대개 명분을 중요시하는 것을 탁상공론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명분이 없는 곳에는 힘의 논리가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힘의 논리는 곧 불공정함을 만들어낸다. 반대로 명분을 중요시하는 것은 공정함을 지향하게 된다. 일찍이 왕도를 구현한 동아시아에서 공개채용이 일반화되어 있는 이유이다. 인민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기회의 평등이지 결과의 평등이 아니다.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과 공정한 정치가 연결되는 지점이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