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음訓音
禍 재앙 화 / 因 인할 인 / 惡 악할 악 / 積 쌓을 적
福 복 복 / 緣 인연 연 / 善 착할 선 / 慶 경사 경
▶ 풀이
재앙(禍)은 악(惡)을 쌓음(積)으로 인(因)한 것이고
복(福)은 선행(善)에 따른 경사(慶)로 말미암은(緣) 것이다.
▶ 자원字源
禍 : 보일 시示, 화할 화咼(앙상한 뼈와 입의 모양)가 결합했다. 본래 咼가 ‘재앙’을 뜻하다가 이후에 신이 내린 벌을 뜻하는 示자가 더해지면서 지금은 禍으로 쓰이고 있다.
因 : 에워쌀 위囗, 큰 대大가 결합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을 나타낸 데서 본래 의미는 '자리'였다. 이후 '인하다'와 같이 어떠한 원인과 이유를 뜻하게 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더 이상 쓰이지 않고 있으며, 여기에 풀 초艹가 더해진 자리 인茵이 그 뜻을 대신하고 있다.
惡 : 버금 아亞(사면이 요새처럼 지어진 집), 마음 심心이 결합했다. 사방으로 갇혀있는 마음이라는 데서 '악하다'를 뜻한다.
積 : 벼 화禾, 꾸짖을 책責(빚)이 결합했다. 빚이 쌓이듯이 볏단이 포개진다는 데서 '쌓이다'를 뜻한다.
福 : 보일 시示, 가득할 복畐(술이 가득 담긴 항아리)이 결합했다. 제단에 있는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데서 '복'을 뜻한다.
緣 : 실 사糸, 판단할 단彖(가장자리, 단→연)이 결합했다. 직물의 가장자리는 실처럼 잇거나 끊는 것이라는 데서 '인연'을 뜻한다.
善 : 양 양羊, 입 구口가 결합했다. 양처럼 온순하며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을 나타낸 데서 ‘착하다’를 뜻한다.
慶 : 사슴 록鹿, 마음 심心, 뒤져올 치夂가 결합했다. 경사가 있는 곳에 사슴 가죽을 선물로 가져간다는 데서 '경사'를 뜻한다.
▶ 참고參考
화인악적복연선경禍因惡積福緣善慶는 인류 지성사에서 대단히 고전적인 주제이다. 선인이 화를 입고 악인이 복을 누리는 경우를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도전은 유배 중 <심문천답心問天答>을 저술했다. 이것은 천을 상제로, 심을 신하로 의인화하여 문답하는 형식의 글이다. 여기서 천은 인의와 도덕을 낳지만 그것을 성장시키는 것은 사람의 몫이지 천의 몫이 아니라고 한다. 결국 나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 문구는 인과응보식 운명론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이다’가 아니라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앙은 악을 쌓음으로 인한 것이어야 하고, 복은 착한 일로 말미암은 경사여야 한다. 신동준 선생은 리종오李宗吾의 저서 <후흑학厚黑學>을 소개하며 면후심흑(面厚心黑, 두꺼운 낯가죽과 시커먼 마음)을 강조했다. 사회 부조리에 맞설 때 필요한 것은 의욕이나 헌신성뿐만이 아니다. 전술이나 자기보존능력 또한 전자만큼이나 중요하다. 요컨대 후흑은 난세의 중용中庸인 것이다. 리종오가 후흑학을 통해 지식인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요체가 이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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